마지막 날

오늘은 1년 간 다녔던 회사인 에어프레미아에 마지막으로 출근했다.
사실 마지막이라는 것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왜냐면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스무살 이후로 방학 조차 존재해 본적이 없을 정도로 쉼없이 살아오고 있었고(과장을 조금 보탰다), 내가 존재했던 모든 기간들이 대체적으로 다 눈깜빡할 새에 지나갔다고 느낄정도로 매사에 몰두해왔다. 그리고 내가 몰두해온 것에 대해 하나둘씩 결과들을 회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1년은 살아오면서 나의 경험들 중에 최고로 몰입했던 기간이고 다른 모든 시간을 포기하며 투자했음에도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굉장한 허탈함을 얻게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왜 이 1년이 있기 전보다 앞으로가 더 희망차다고 느낄 수 있는지,
왜 용기가 더 생기는 것일지,
내가 나를 그만큼 투자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스스로의 물음에 대한 답과 감정을 잊기 전에 최대한 정리해보려고한다. 오늘을 잊지 말자.

어떻게 입사했나?

우선 에어프레미아 이전 직장(일동제약)에서의 이직사유는 설명하자면 이렇다.


이런 사유들을 가지고 이직을 준비하던 중에, 원티드(Wanted)에서 에어프레미아 를 보게 되었다.
공고는 아래 사진과 같았다.

원티드에 게시되었던 에어프레미아 공고

원티드에 게시되어있던 에어프레미아 공고

자격요건과 우대사항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정말 내눈을 끌었던 점은 이 부분이었다.

시스템 도입과 구축에 있어서도, 기존의 전통적인 SI 발주 방식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시스템을 Agile한 방식으로 개발하고자 합니다.

비전을 같이하는 뛰어난 개발자 분들과 함께 이루어가고자 합니다.

추후에 CTO(CIO)님과 면접을 보았을 때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기존 항공업계의 시스템들이 Legacy 가 굉장히 많은 것은 기본이고, 발주방식으로 도입된 시스템들이 많기 때문에 모든 것을 완전한 우리것으로 다루고 정제하여 데이터 기반으로 회사가 성장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는 항공사라면 이렇게 자체 개발을 통해 새롭게 시작해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말씀해주셨다. 사실 이부분에서 가장 많은 감동을 받았는데, 기존의 방식을 떠나서 스타트업으로써 우리가 해야하는 것을 반드시 한다 라는 부분이 마음을 굉장히 들끓게 했다.

또한 비전을 같이하는 뛰어난 개발자 분들과 함께라는 부분이 나한테는 정말 중요했는데(‘뛰어난’은 확실히 내가 증명해야하는 부분이었지만..😅), 나는 개발자들이 뜬금없이 항공업에 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어프레미아는 기존의 LCC와는 다르게 장거리 운항을 하는 항공기라는 점, 일등석을 운영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대로 소비자들에게 넓고 편안한 좌석을 선사한다는 점 등
저비용 고효율의 사업모델을 최종적으로 구현해낼 것이라는 모두 같은 비전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라면, 반드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에어프레미아에 가기로 선택했다. (사실 내 말대로 그런 동료들을 만날 것이라는 건 내가 건 도박이었다.. 하지만 이건 잭팟이터졌다! 🎰)

어떤 사람들을 만났나?

내가 에어프레미아에서 얻은 가장 큰 것은 사람이었다.

공고와 면접에서 부터 명확한 비전을 전달해 주시고 우리 실을 이끌어주신, 항상 개발팀을 믿어주신 개발자 출신의 CTO님부터,
꼬박꼬박 말대답하는 주니어(제 열정을 재미삼아 표현한겁니다ㅎㅎ;)의 얘기를 귀기울여 들어주시고, 항상 도전할 것을 주시고 성취/성장 해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믿음을 가지고 지원해주셨던 팀장님과 내게 실질적으로 너무나 많은 스킬과 인사이트를 주셨던 시니어분,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프로’ 다운 면모를 보여줬던 동료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팀은 진짜 ‘원 팀’ 이었다.
(개발말고 세상에 무엇을 도전하더라도 이 팀은 가능하다. 💪💪)

여담으로 360도 리더 라는 책을 읽은 경험이 있는데, 군에서 읽은 것을 시작으로 내가 처한 상황을 대처하는 시각과 자세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아무튼, 나는 이게 세상에서 나한테만 요구되는 건가 싶은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모두가 360도 리더였다. (이 책은 잊지않고 꼭 리뷰해보려고한다)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져도 다들 잘 될것이다.

어떤 일을 했나?

나는 백엔드 시니어분과 함께 항공권 예약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실 이 다이어리는 기술적인 내용을 적을 목적은 아니라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회고(?) 비슷하게 작성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에 국내 여러 항공사들의 앱을 사용해보면서 정말 느리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개발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우리는 그러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시스템 아키텍처, 프로젝트 아키텍처, 프로토콜 등 여러 방면으로).

또한 많은 사람들이 항공사에서 직접 예약을 하는 경험이 드문 것 처럼, SkyScanner/Trip.com/기타 여행사 와 항공권 검색예약 연동 을 하기 위해 시스템들을 문서화 하고, 협업하는 일을 병행하였다.

적고나니 무지 간단하게 보이는데, 항공 예약에는 국제적으로 통일 되는 규약 부터 오랜 기간 업계에 자리잡아있는 레거시한 시스템들이 조금 있어서 그안에서 우리 웹서비스의 요구사항을 녹이기 위해 항공예약 도메인을 이해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나를 가르치느라 현업 분들도 정말 고생하셨다..

하지만 얼마나 힘들었는지간에, 이러한 일이 정말로 내가 하고 싶던 일이었다. (“도메인 문제 해결”)
도메인을 이해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전 과정을 ZERO에서 시작해서 만들어냈다는 것에는 스스로 정말 자랑스럽다.

어떻게 퇴사를 결심했을까?

이 부분에는 적을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다. 지금은 온 세상이 힘들어하는 시기이다. 우리 회사도 여느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COVID-19 직격탄을 맞았다. 아직 취항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살아남기만 하면 성공하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정말 극적인 일이며 쉽지 않다.

회사 경영이 극도로 악화되었고, 개인적인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허탈하지만 용기가 나기도 한다.

내 작업과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까 정말 억울했지만, 곧 미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앞서 어떻게 에어프레미아에 입사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적은 것 처럼, 나는 기존의 틀을 깨고 합리적인 무언가를 내힘으로 이루는 도전을 하고 싶었던 것이고(성과와 보상 이전의 ‘도전’ 자체), 비전을 함께하는 동료들을 기대했었다.

그리고 나는 이걸 이미 이루었다.
난 도전에 성공했으며 그 과정을 비전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함께했다. 기술적으로는 성장했다.
처음부터 천재지변도 컨트롤해서 승부를 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절대 아니다!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더 집중을 할 수록, 허탈함은 물론 존재하지만 다음 단계로의 과정에 있어 정말 용기가 났다.

앞으로 또 내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4년차 백엔드 개발자입니다.
Domain-Driven Design, MSA에 관심이 많습니다.
배움이 두렵지 않으며, 학습한 것을 실무에 적용하고 내것으로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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